화장실이 없던 공간에 화장실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벽돌을 쌓는 것입니다. 배관이 흐를 기울기를 만들고, 방수층이 올라탈 벽을 세우고, 물에 젖어도 되는 재료로 하부를 짜기 위해서입니다. 서울 용산의 한 상가에서 이 공정을 진행했습니다.

화장실이 없던 공간에 화장실을 새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천만컴퍼니는 이 현장에서 조적 공사를 맡았습니다. 완성된 화장실 사진이 아니라, 그 아래에 깔리는 공정 이야기입니다.

화장실 신설 조적 단면 도식

왜 화장실 공사는 벽돌부터 시작할까

타일이나 변기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건 맨 마지막입니다. 그 앞에 방수가 있고, 방수 앞에 배관이 있고, 배관 앞에 조적이 있습니다. 순서가 하나라도 바뀌면 뒤에 오는 공정이 전부 흔들립니다.

이 현장에서 벽돌을 먼저 쌓은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배관이 흐를 기울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화장실 배수는 펌프가 아니라 중력으로 흐릅니다. 그래서 배관에는 반드시 기울기(현장에서는 "구배"라고 합니다)가 있어야 하고, 기울기가 있으려면 배관이 지나갈 두께가 바닥에 확보되어야 합니다. 원래 화장실이 아니던 공간은 바닥 아래에 그 공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닥을 올립니다. 조적으로 둘레를 쌓아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배관을 앉힌 뒤 채우는 방식입니다. 기울기가 부족하면 물이 고이고, 고인 물은 냄새와 막힘으로 돌아옵니다.

둘째, 방수층이 올라탈 벽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방수는 바닥에만 바르는 것이 아닙니다. 물은 바닥 한가운데가 아니라 벽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로 스며듭니다. 그래서 방수는 바닥에서 벽으로 일정 높이까지 이어 올려야 합니다. 조적으로 만든 턱이 그 방수층을 받쳐 주는 벽이 됩니다. 쉽게 말해 화장실 바닥을 하나의 그릇으로 만드는 작업이고, 조적은 그 그릇의 벽입니다.

셋째, 젖는 자리의 하부는 물을 견디는 재료여야 합니다. 칸막이를 경량 벽체로 세우더라도 물이 닿는 하부까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석고나 목재가 물을 먹으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하부는 조적과 미장으로 짜고 그 위를 다른 자재로 올리는 구성이 이런 현장에서 자주 쓰입니다.

넷째, 타일이 붙을 바탕이 됩니다. 타일은 단단하고 평평한 면에만 제대로 붙습니다. 조적 위에 미장으로 면을 잡아 두면, 다음 공정이 그 위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조적 공사에 쓰는 몰탈 배합 현장
화장실 공사를 조적부터 시작하는 네 가지 이유 도식

현장에서 실제로 신경 쓰는 것들

벽돌은 물을 먹여서 쌓습니다. 마른 벽돌을 그냥 쌓으면 벽돌이 몰탈의 수분을 빨아들여 버립니다. 수분을 뺏긴 몰탈은 제대로 굳지 못하고 접착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쌓기 전에 물을 축여, 속은 젖어 있고 표면은 마른 상태로 만들어 씁니다. 표면까지 흥건하면 반대로 벽돌이 미끄러져 자리를 못 잡습니다.

하루에 쌓을 수 있는 높이도 정해져 있습니다. 표준시방서 기준으로 하루 쌓기 높이는 1.2m를 표준으로 하고, 최대 1.5m를 넘기지 않습니다. 아래 몰탈이 굳기 전에 계속 쌓아 올리면 위 벽돌의 무게에 눌려 벽이 배가 부르거나 밀려납니다. "빨리 해 주세요"가 통하지 않는 공정이 있다면 이런 것들입니다. 급하게 쌓은 벽은 그날은 서 있지만, 나중에 균열로 나타납니다.

줄눈 두께는 10mm가 표준입니다. 그리고 위아래 벽돌의 세로 이음매가 일직선으로 겹치지 않도록 반 장씩 엇갈려 쌓습니다. 이음매가 일직선으로 서면 그 선이 그대로 균열선이 됩니다.

수평실을 띄우고 조적을 쌓는 현장

실을 띄우고 쌓습니다. 사진에 팽팽하게 당겨진 노란 실이 보입니다. 눈대중으로 쌓지 않고 실을 기준선 삼아 한 켜씩 맞춰 갑니다. 벽 하나의 수평이 틀어지면 그 위에 올라가는 타일 줄눈이 전부 틀어져 보입니다. 마감의 정밀도는 마감 공정이 아니라 이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화장실 신설 공정 순서 도식
조적 작업 진행 장면

자재를 옮기는 것도 공정입니다

사다리와 지게로 벽돌을 운반하는 모습

이 현장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쓴 일 중 하나는 벽돌을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상가 건물이라 차를 댈 수 있는 곳과 작업 공간 사이에 계단과 통로가 있고, 벽돌은 한 번에 많이 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다리 위에 소량씩 나눠 싣고 지게로 옮겼습니다.

견적서에 "운반"이라는 항목이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현장에 따라 자재를 들이는 데 드는 시간이 쌓는 시간만큼 걸리기도 합니다. 이건 부풀린 항목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작업입니다.

프로가 지키는 조적 기준 네 가지 도식

마무리된 모습

벽돌로 둘레가 서고 상부를 미장으로 정리하면 조적 공정은 끝납니다. 이 상태에서 다음 팀이 배관을 넣고, 방수를 하고, 타일을 붙이면 화장실이 됩니다. 사진 속 개구부가 문이 들어갈 자리입니다.

지금 보이는 건 벽돌과 회색 미장뿐이지만, 완성된 화장실에서 물이 잘 빠지고 아래층에 물이 새지 않는다면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은 이 단계에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공정일수록 정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